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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연구생활
2024년 회고 본문
2024년은 매니저로서 큰 성장을 한 의미있는 한해이다. 조직, 회사, 문화, 팀원, 성과, 업무 등에 대한 이렇게 깊게 파고들고 생각했던 적이 있얼을까 싶다. 이전에는 문제 해결력을 기르거나, 제품을 만드는데서 순수한 희열을 느꼈던 것 같다. IC로서 충실하려 했고, 항상 목표가 2인분 이상을 하는 개발자가 되는 것이였다. 올해 3월부터 팀장을 하게 되었는데, IC로서 했던 고민과는 정말 방향이 달랐다. 나도 몰랐던 내 모습과 생각들을 알게되었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도 몰랐는데,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스트레스에 취약한 것 같다.
1월에는 스터디를 참여하고 클라이밍을 주로 했다. 스터디는 가짜연구소에서 진행했던 임베딩 관련된 스터디였다. 너무 회사에 매몰되어 있었던 것 같아, 외부 활동을 다시하며 새로운 자극을 주려했다. 클라이밍도 사내 동아리가 있어서 참여했는데, 올해 상반기까지는 정말 재미있게 했던 것 같다. 문제를 푸는 재미도 있었고, 더 난이도 높은 레벨을 깨기 위해 몸무게를 줄인다거나 헬스를 더 열심히 한다거나 했었다. 끝나고 뒤풀이로 맛있는 음식과 맥주 마시는 것도 좋았다. 이 때부터 회사 사람들과 많이 가까워진 것 같다. 헬스도 꾸준히 했었고, PT도 추가로 받았다.
가계부를 보니 이 때, 민수 결혼식도 갔었다. 민수는 나랑 동갑인데, 벌써 결혼을 하는걸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나도 슬슬 결혼을 준비해야하는건가라는 생각도 들고.. 음.. 결혼식을 갔다오면 항상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 때 신년인데, 뭔가 올해의 목표, 월별 목표 등을 정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것들이, 크게 의미가 없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2025년에는 다시 목표를 세울 것이다. 이유는 목표가 없다보니, 약간의 방황을 겪었던 것 같고, 성취감도 많이 못 느낀 것 같다.
2월에는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일본 출장이였다. 그 전에도 대학원 생활하며서 논문 발표를 위해 해외 출장이나 국내 출장은 갔었지만, 회사에서 가는 것은 처음이였다. 사실, 내가 가기로 한 출장은 아니였고, 성한님이 가기로 했던 출장이였다. 나랑 민혁님이 주말껴서 같이 놀러가는 일정이였는데, 성한님 몸이 갑작스럽게 안좋아져서 내가 가게 되었다. 예전부터 해외에서 일을 해보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는데, 그걸 이룰 수 있어서 좋았다. 가서 AI팀이 했던 일들에 대한 발표도 했고, 성능 관련 이슈들도 봐주면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은 출장이였다. 다음에도 출장을 가기위해 열심히 했다. 같이 간 통역가분이 일본에서 오래 살았어서 편하게 갔다왔다.
아 그리고 2월에 팀장님과 1:1 하면서 팀장 자리를 제안받았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 없고 기분 좋았다. 팀장이 된다는 것은 승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때는 정말 몰랐다. 팀장이란게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할 줄은.. 전혀 몰랐다. 그래도 제안 받을 당시에는 기분 좋았고, 작년에 열심히 했던 것들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았다고 생각했다.
3월부터 본격적으로 팀장이 되었다. 원래는 AI팀이 있었고, 그 안에 9명 정도가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RAG팀과 LLM팀으로 분리되고 AI 조직으로 변경되었다. 조직장님이 LLM팀 팀장을 같이 가져가는 구조였다. 처음에는 나 포함 3명으로 팀이 시작했다. 나 이외의 2명의 팀원은 AI 조직에서 연차가 좀 있는 분들이라 편하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음.. 그런데 그건 내 크나큰 착각이였다. 팀장을 하면서 겪었던 고충은 링크드인 글에 자세히 적었다.
3월부터 6월까지가 너무 힘들었다. 팀으로서의 성과를 어떻게 내야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팀 문화를 만들어야할지에 대한 경험과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이런것들을 배울 수 있지도 않았다. 그리고 가십으로, 팀장이 된게 다른 사람들이 추천해주거나 시킬 사람이 없어서 시켰다는 얘기들도 듣게 되어서 (물론, 진실인지 술김에 한말인지 모르겠지만) 더 성과를 증명하고 싶었다. 솔직히 이것 때문에 많이 화가 났고, 더 성과에 미쳐있었던 것 같았다. 작년에 개인적인 성과가 좋았는데 이런 가십을 들었던 것에 대한 분노도 함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의 성과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은 있었지만, 이게 내가 팀장이 된 주요한 원인이 아니였던건가?에 대한 의심이 들었고, 나를 더 괴롭게 했다. 팀원들 한명 한명의 수준이 좋았기 때문에, 당연히 합쳐서 3이 아닌 5의 성과를 내고 싶은 압박감이 컸다. 그렇지만, 막상 팀원들에 대한 매니징을 잘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어떻게 해야되는지도 몰랐다.
4월에는 본격적인 2분기가 시작하는 때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니징에 대한 확신은 아직도 없었다. 4월에는 계속 스스로에 대한 고민과 불확실함이 가득했다. 솔직히 너무 힘들었다. 나만, 으샤으쌰 하는 것 같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불신은 계속 커져갔다. 내가 하는 만큼 왜 못해주는건지에 대해 의문감이 항상 들었던 것 같았다. 여러 사람들과 cheer up을 하려고 여러가지 일을 했는데,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5월 또한 마찬가지였다. 분기 계획과 목표에 집중했고 큰 사건이 있지는 않았다. 팀장으로서의 고민과 스트레스만 계속해서 증폭되었다. 이 때 회사 사람들과 캠핑을 갔었는데, 재미있었다. 어릴때는 왜 돈과 시간을 들여서 자연을 보러가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왜 그런지 알게되었다. 진짜 힐링 그 자체였고, 추억도 쌓고 재미도 있었다. 운전도 해서 갔는데, 올해는 회사 사람들과 놀러다니면서 장거리 운전을 많이 했고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다. 캠핑에서 똠양꿍도 먹고, 닭볶음탕도 먹고, 나는 냉제육이랑 투움바 라면 등을 해서 먹었다. 잘 먹고 달무티라는 보드게임도 처음으로 해보고 고 이야기도 나누고 지금 생각해보면 참 추억이다.
학교 선후배 모임에서 MT도 갔다왔다. 가평으로 갔다왔는데, 재미있었다. MT를 이 선후배 모임에서 10번도 넘게 갔다왔는데, 학생 때 갔을 때랑 성인이 되어 갔을 때랑 소비 씀씀이가 달라지는 것을 보면 재미있다. 이전에는 과자, 소주, 삼겹살만 사갔는데, 이제는 와인도 사가고, 회도 사가고 먹고 싶은게 다 사는게 재미있다. 차도 몇대씩 가져가는 것도 보면 옛날보다 경제력이 있는 지금이 좋지 않나 싶다.
6월은 내가 팀장이 되고 첫 분기 마무리 기간이였다. 참 신기하게도 내 팀 매니징 능력과 상관 없이 우리팀의 성과는 꽤나 좋았다. 평소에 데드라인을 신경쓰고, 성과에 신경쓰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 하지만, 성과와 별개로 매니징에 대한 방향성 부재, 부담감 및 스트레스는 계속 높아져갔다. 그래도 결과가 괜찮았다는, 평가 하나로 버텼던 것 같다.
이 때 스트레스가 좀 말도 안되게 높아져서 법륜사로 템플 스테이를 갔다왔다. 태어나서 처음이였고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는데, 도저히 못 참겠어서, 주말에 갔다왔다. 신기했던게 템플스테이 갔다오고나서 마음이 진정되었다. 6월에 눈만 뜨면 바로 화가 나고 회사 출근해서 슬랙 쌓여있는거 보면 속으로 욕을 했었다. 근데, 템플스테이 가서 생각을 비우고 명상을 하면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었다. 너무 좋은 경험이였고, 가끔은 일과 거리를 두는 것도 더 멀리 힘차게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을 했다.
속초도 1박 2일로 놀러갔다왔다. 근데 진짜 먹기만 했다. 회 먹고, 닭강정 먹고, 성시경 먹을텐데에 나왔던 김치찜도 먹었다. 근데 김치찜이 엄청 맛이 있지는 않았다. 방송이 역시 과장된게 많은 것 같다. 속초는 뭔가 마음이 답답할 때, 자주 가는 곳 중 하나이다. 거의 매년 가는 것 같다. 혼자 가기도 하고 같이 가기도 하고 하는데 항상 올 때마다 마음이 편해지고 생각도 정리가 된다.
7월에는 너무 회사일에 몰두한 것 같아서, 요리학원을 이 때 부터 다녔다. 근데, 이 때 다닌 요리학원이 그리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 것 같다. 왜냐하면, 주 2일 평일에 나가야했기 때문이다. 직장인에게 평일 주 2일은 너무 힘든 일정이다. 요리를 배우는게 재미는 있었지만, 주 2일을 투자할 정도는 아니였다. 절대 앞으로 주 2일을 쓰는 개인활동을 안해야겠다가 다짐을 했다.
업무 관련 커피챗도 요청받아 하고 숙대 멘토링에서 멘토로 참여해서 1등도 하고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 종종 느끼는 것도 참 나도 열심히 사는 것 같다. 그냥 뭔가를 하고있어야만 마음이 편하다. 아무 생각 없이 쉬는 걸 잘 못한다. 우리 조직장님이나 대표님께서도 나보고 신기하다고 하시는데, 모르겠다. 나는 그냥 내 성격이 좋다.
8월부터는 좋은 매니징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매니징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서 다양한 책들을 읽었고 유튜브 영상도 보고 블로그 글도 잡히는대로 보았던 것 같다. 이 때, 우연찮게 유석영님의 강연을 들었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강연에서 뉴런 싱크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정말 공감을 많이했다. 뉴런 싱크는 팀원들과 생각의 가장 작은 단위인 뉴런 수준으로 싱크가 맞아야 한다는 뜻이다. 성과, 팀 문화, 회사의 목표, 기대감, 일정, 가치관 등 모든 것들에 대한 싱크를 맞춰야 한다고 강연에서 말씀해주셨다.
생각해보면 내가 매니징에 대해서 답답함을 느꼈던 부분도 팀원에게 기대했던 만큼 성과가 안 나왔을 때 혹은 나 혼자만 급하고 달려나간다는 느낌이 들 때 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나의 잘못이였던게, 한번이라도 이런 기대감이나 느낌들을 팀원들에게 툭 터놓고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다. 팀원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내가 이런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지 않았으니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때 이후로, 매니징과 조직 문화에 대해 어느정도 감을 잡게 되었고, 지금은 잘 해내고 있다.
매니징을 잘 하려면 정말 다양한 기술들이 필요한 것 같다. 단순히 일만 잘하는 것 뿐만 아니라 공감능력도 있어야하고, 제품에 대한 이해, 트렌드에 대한 비전,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 모든 것이 버무려진 종합 예술인 것 같다. 과거에는 매니징을 잘 하는게 그냥 재능이나 나이가 들면 잘 해지는 건줄 알았다. 근데, 그게 절대 아니고 매니징도 결국은 하나의 분야이고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솔직히 매니징이 재미있다.
9월에는 글로벌 오프사이트를 갔다왔다. 세부로 워크샵을 갔다왔는데 너무 즐거웠다. 2년전에 태국으로 갔던 워크샵과 다르게 이제는 일본팀이랑 회사 사람들이랑도 친해졌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놀았다. 이런 즐거웠던 여행과 별개로 커리어 고민과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정말 많았던 것 같다. 왜 이렇게 일에 집중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현타가 왔다. 사실, 이 때가 트리거였지 고민과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이미 누적되고 있었다. 지금 생각헤보면, 올해는 팀장에 대한 고민과 그냥 개인적인 인생에 대한 고민이 반복해서 진행되었던 1년인 것 같았다. 성과 및 얻은것도 많았지만, 반작용으로 스트레스와 고민도 많았던 것 같다.
10월까지만 해도 일이 너무 바빠서 주변 지인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항상 주말에 집에서 일하는게 익숙해져버렸고, 개인 생활이 아예 없어졌다. 한달동안 주말 내내 외부 활동을 안한거는 좀 심하다고 생각했고, 내가 평소에 원하는 모습도 아니여서 얼른 수정했다. 그래서 억지로 일부러 밖에 나갔다. 등산도 가고 오랜만에 연락 못했던 지인들과 약속도 잡았다. 확실히 1주일에 한번은 외부 사람들을 만나야하는 것 같다. 주말내내 일하는거는 단기적으로만 도움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뭔가 무너진 워라밸을 이때부터 수습하려고 했다.
11월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길게 휴가를 갔다왔다. 이때는 고민과 스트레스를 해결하지 않으면 더 이상 업무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어 길게 휴가를 갔다왔다. 계획을 세우지 않고 전라도 이곳저곳을 혼자 갔다왔다.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던, 지리산 천왕봉 일출도 보고, 연곡사에 템플스테이도 갔다왔다. 곡성에 가서 차박도 해보고 목포에 놀러갔다가 준용이네 집에서 자고 왔다. 이 때 차, 노트북, 카드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자유로움을 느꼈고 일에서 잠시동안 멀어지는 스트레스도 엄청나게 줄었다. 복귀해서 다시 긍정적으로 일하고 일상생활하고 했었다.
이 때, 수도콘도 갔다왔는데 오랜만에 가짜연구소 행사에 참여하니 재미있었다. 예전부터 같이 활동했던 운영진들을 만나니 옛날 생각도 많이 떠올랐다. 가짜연에서 참 좋은 친구들을 많이 알게되었고, 나도 함께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12월은 너무나도 행복한 한달이었다~ 너무나도 예쁘고 귀엽고 현명한 여자친구를 만났기 때문이다. 항상 같이 있으면 즐겁고 시간가는 줄 모르겠고 행복하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도 재미있는 일(만화카페, 커플팔찌 만들기)들을 하며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매번 보냈던 송년회와 다르게 많은 약속을 일부러 잡지 않았고, 가까운 사람들과 시간을 많이 보냈고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들을 했다. 이런 약속을 조금 잡은 송년회는 거의 처음이였던 것 같은데 더 행복했던 것 같다. 내년에는 계획을 꼭 세우고 달성하고 싶다. 작년보다 더 좋은 성과를 만들고싶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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