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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을 졸업하며 - 하

vhrehfdl 2021. 9. 4. 11:03

대학원에서 있었던 일을 분기별로 적어볼 생각이다.

과거에 대한 기록이랄까?

 

(19-1학기)

석사 1학기였다. 첫 연구실 생활을 한다는 생각에 많은 긴장감들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연구실의 풀타임 인원은 석사 선배 1명에 나와 내동기해서 총 3명이였다. 사실 인원이 너무 없어서 고민을하기는 했지만 그 당시에 몇 없었던 NLP 연구실을 들어갈 수 있어서 막연히 좋았다. 마침 본가가 학교와 도보 10분거리라 등교도 너무 편했고 등록금 전액 지원에 조교로 받는 비용까지 부족함 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 뭐... 석사학생 중에서는 워라벨이 좋았다고나 할까? 

그 당시 인원이 적다보니 다른 박사과정분들과 함께 생활을 했는데 그냥 저냥 지낼만 했다. 그 중에 정말 연구에 몰입하는 박사과정 형도 보았고 그 분을 보면서 와 저런 사람이 박사하고 교수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했었다. 주7일을 매일 10시부터 21시까지 한번도 빠짐없이 나오는 사람은 처음봤다.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나왔다. 결국 그 형은 뉴욕대 포닥에 지금은 타학교 조교수로 부임했는데 항상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연구실에 1월부터 출근했는데 방학기간이라 연구실 전체에서 진행하는 주석작업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렇게 일이 많지는 않았다. 그리고 데이터 관련 대회에 동기와 참가해 공부하고 교수님과 세미나하는 시간을 주로 가졌던 것 같다.

3월부터는 학기가 개강하면서 조교일을 시작했고 이 때부터 정말 일이 많아졌다. 학부생 파이썬 프로그래밍 수업 조교를 들어갔다. 처음으로 많은 사람 앞에서 강의를 해보는거라 긴장도 했지만 학부 때부터 워낙 발표하는 것에 익숙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있지는 않았다. 학부생 조교 외에 삼성 SDS 자연어처리 조교도 담당했다. 그 외에 졸업반 학생들 포스코 인터네셔널이랑 하는 산학프로젝트도 관리하는 일도 담당했다.

조교일 이외에도 두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연구실 선배가 작성하는 해외 논문에 같이 붙어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해 실험을 서포트했다. 그 외에 추천 시스템 관련 국내 논문을 작성했다. 국내 논문이야 학부 때도 혼자 2~3편 작성해서 어려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교수님께 논문 지도를 받으니 내가 혼자 썻던 것이랑은 느낌이 많이 달랐다. 아직도 감사한게 지도교수님은 내가 작성한 모든 논문에 대해 본인 논문처럼 자세히 검토해주셨다. 잘 쓴 논문이란 어떤 요소들이 있어야하는지를 많이 배웠다.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ITRC 프로젝트도 담당했다. 학부연구생들과 함께 데이터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좀 더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웹페이지도 만들었다. 확실히 학부때 빡세게 코딩했던 경험들이 항상 도움이 됬던 것 같다. 인공지능을 정말 학문적으로 깊게 들어갈 것이 아니라면 엔지니어적인 능력이 필요한데 학부때 여러 서비스를 만들었던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석사 첫학기는 정말 많은 일을 담당했다. 연구실에 인원이 적어서 일이 몰렸던 것도 있고 여러가지 상황들이 일을 집중시켰다. 그 와중에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우울증까지 겹치면서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매일 지속되었다. 사실 2019년은 내게 너무나도 최악인 해였고 다시 생각하는게 고통스러울 정도로 힘들었다. 어느 날은 새벽 4시에 퇴근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달을 보면서 집에 걸어가니 이게 맞는건가?라는 생각도 들고 너무 힘들었다. 

 

학기가 마무리되고 방학이 되었다. 1학기 때 작성한 논문들이 모두 Accept이 되어 학회를 참가하게 되었다. 2019 ACL은 이탈리아에서 열렸는데 첫 유럽여행을 가게 되었다. 세계적인 NLP 석학들을 만날 수 있었고 외국 연구자들과 얘기해보았다. 네이버에서 ACL에 참여한 연구자들을 초청해 저녁식사를 제공했는데 너무 좋았다. 뭔가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랄까? 대학원에 있었던 일들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였고 이것때문에 2,3,4학기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해외 학회 뿐만 아니라 국내 학회도 되어 제주도를 갔다. 제주도는 한라산 등반한 것과 기생충 영화 본 것 밖에 기억이 안난다. 개인적으로 일본여행도 갔었는데 그 때 한달만에 3번 비행기를 타서 뭔가 좋았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우울증이 계속 심해져서 이러한 즐거운 출장들마져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감정에 잡아먹힌다라고 할까. 이렇게 방학이 끝나고 다시 2학기가 시작되었다.

 

 

(19-2학기)

2학기도 마찬가지로 조교일하고 개인 논문 작성하고 프로젝트 담당했다. 다만 학부생 수업에 인공지능 수업과 웹페이지 만드는 실습 수업이 들어가서 좀 빡세기는 했다. 인공지능 수업은 서울캠퍼스에서 진행하는 수업이였는데 이동시간만 왕복 3시간이 걸려서 짜증났었다. 그래도 담당할 사람이 나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했다.

2학기 때는 다양한 활동을 했다. 인공지능 관련 여러 대회도 나가 수상을 했으며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딥러닝 스터디도 잘 마무리했다. 소셜 클럽을 나가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했고 뭐라도하며 우울증을 이겨내려고 발버둥쳤다. 그래도 2학기 끝날 때 쯤에는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던 것 같다. 사실 안정이라기 보다는 그냥 참아낼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된 것 같았다. 이전에는 나 스스로도 너무 예민했고 잠을 자는 것이 힘들었다. 다음날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매일 잠에 들었고 하루 하루가 너무 힘들었다. 우울증이 왜 왔을까를 2년이 지난 지금도 고민해보는데 모르겠다. 솔직히 대학원 생활이 힘들어서는 전혀 아닌 것 같고 그냥 과거부터 억눌린 것들이 터져버린 것 같았다. 대학원 생활 자체는 오히려 학부때보다 편했다. 사실 편해서 여러 고민들을 하게 되었고 그게 시발점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여튼 대학원에 입학 1년차 생활이 어찌 저찌 마무리되었다. 외적으로 여러 성과들이 있었고 내적으로는 많이 피폐해진 상태로 마무리되었다.

 

 

(20-1학기)

겨울방학에 코로나가 터졌고 마침 연구실에 많은 인원이 들어오게 되었다. 인공지능 대학원으로 선정되고 인원이 폭발했는데 나와 동기 포함 2명이였던 연구실이 8명의 대규모 인원이 되어버렸다. 연구실에 나보다 연차가 오래된 사람은 없었고 내가 많은 일들을 처리했다. 인원이 늘어나면 좀 편해질 줄 알았는데 그냥 똑같이 바쁜 나날이 지속되었다. 재미있던 것은 오프라인 수업들이 사라지고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었다. 색다른 경험이였다.

연구실 인원이 많아지며 우리 연구실만의 공간이 생겼고 재미있는 연구실 생활을 했다. 좋은 후배들을 많이 만났고 많은 이야기들을 했다. 사실 그 전에는 나와 나이가 많이 차이나는 박사님들과 생활을 했었는데 이 때부터는 또래에 같은 연구를 하는 애들을 만나니 훨씬 재미있었다.

그리고 20년도에는 우연찮게 외주일을 하게 되었다. 큰 돈을 벌게 되었고 자존감이 많이 올라갔다. 사실 돈을 많이 쓰지도 않아지만 그래도 내가 당장 나가서 밥은 먹고 살 수 있게 되었구나라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 때도 소셜 살롱을 했는데 이 때 만난 팀들은 정말 마음이 잘 맞아 지금까지도 연락하면서 지낸다. 이 때부터는 심적으로 안정이 된 상태였다. 아쉬운 것은 20년에도 논문 4편정도 쓴 것 같은데 다 virtual 학회로 변환되어서 해외를 못 갔다는 점이다. 코로나라 어쩔 수 없었지만 아쉬웠다. 논문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이제 학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TOP 컨퍼런스에 논문을 submmit할지 accept이 보장되는 학회에 할지 고민이 많았다. 취업등과 시기를 생각해 도전을 하지 못했는데 이 선택은 지금까지도 아쉽기는하다. 그래도 도전해보는게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3학기는 재미있는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다. 연구실 생활도 재미있었고 대학원 수업도 마무리하고 외부 생활도 그렇고 모두 이전보다 괜찮아졌다. 

 

 

(20-2학기)

이 때부터는 졸업 준비하며 취준을 했다. 졸업 논문을 작성했고 여러 기업에 2학기 때부터 면접을 보러 다녔다. 좀 빨리 준비한 감이 있는데 이 때 코로나라 공채가 거의 열리지 않았다. 취업을 준비하며 많은 고민들이 생겼고 면접 준비를 하고 그 나름의 스트레스를 겪었다. SKT 최종 면접 탈락을 하며 멘탈이 나가기도 하고 당연히 붙을 줄 알았던 곳에 서탈을 한적도 있다. 그래도 주위 사람들과 비교하면 진짜 편하게 회사 입사를 빠르게 확정지었고 널널한 학교 생활을 했다. 

사실 거의 학교 생활을 하지 않았다. 코로나여서 학교 출입이 제한되기도 했고 나도 서울에 집보러 다니느라 학교에 잘 없었다. 졸논도 빠르게 통과되었고 거의 뭐 군대에 말년병장처럼 살았던 것 같다. 그래도 연구실 생활은 재미있었고 외주일도 꾸준히 하며 아등 바등 전세자금을 모았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대학원 생활이 끝났다. 1월 출근이라 졸업식도 없이 회사를 입사했고 코로나라 교수님께 제대로 된 인사를 드리지도 못하고 어영부영 마무리 되었다. 사실, 대학원 생활내내 나 스스로에게 질문했던 것 같다. "만약 대학원 입학전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대학원을 올 것인가".

나는 반반일 것 같다. 솔직히 인공지능으로 직군을 잡은 것도 후회한 적도 많고 잘했다고 생각한 적도 많다. 만약 인공지능 분야로 커리어를 쌓고 싶다면 석사가 큰 메리트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다만, 나는 서비스 개발쪽으로 코딩을 시작하고 좋아하던 분야라 고민을 할 것 같다. 뭐 대학원을 와서 후회했다기 보다는 인공지능 분야를 선택하면서 후회한 부분이 있다고 하는게 맞는 말인 것 같다.

대학원 자체는 너무 좋은 지도교수님을 만났고 연구실 애들을 만났으면 대학원 생활하며 외적인 좋은 인연들도 너무 많이 만났다. 우울증을 겪으면서 더 성숙해졌고 차분해졌으며 왠만한 것들에는 이제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졌다.  2년동안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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